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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지만 구슬프다

책 그리고 감상문

by 짱꿀라 2023. 1. 1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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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지만 구슬프다

 

 

위화의 소설을 읽고 나면 제목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단어가 떠오른다. 재미있다는 말은 위화의 소설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어느 누구나 알 것이다. 위트와 웃음이 넘친다. 등장인물의 이름들을 재미있게 설정한다. 가령 토비들의 이름들만 봐도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생긴다. 물수제비, 표범, 스님, 장토끼 등, 이름만 봐도 매우 재밌다. 평범하게 이름을 설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구지 이렇게 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위화의 작품들에서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들을 보고 있자면 익살스럽고 해학이 넘친다. 아마 이 부분은 소설을 읽으면서 주의 깊게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 인 것 같다.

 

두 번째로 구슬프다는 단어다. 위화의 소설 <인생>, <허삼관 매혈기>, <형제>, <7> 그리고 이번에 나온 작품 <원청>까지 이 단어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소설은 100년의 중국 근현대사를 담고 있는데 민중들의 삶의 애환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청:잃어버린 도시>에 그려진 역사적 배경도 청나라 말기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소설의 간단한 내용은 제1부에는 린샹푸의 일대기가 그려져 있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샤오메이와 결혼 후 딸 린바이자를 낳고 떠난다. 떠난 아내를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나 남쪽 시진이라는 곳으로 가 정착을 한다. 그때 만난 구이민과 천융량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납치된 구이민을 데려오려고 장도끼를 찾아갔지만 그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또 다른 이야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제2부에서는 샤오메이와 아청이 어린 시절부터 결혼 후 집을 떠나게 된 이야기 등 그들에게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린샹푸와 아청, 샤오메이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끝이 맺는데 슬프고 구슬픈 감정이 든다.

 

그런 광경이 온종일 쉬지 않고 이어졌다. 삼삼오오 시진 거리에 나타난 피난민들 가운데 일부는 시진의 친지 집을 찾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죽을 얻어먹었다. 그러면서 북양군 패잔병들이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약탈하고 부녀자를 강간했는지 들려주며 토비보다 더 심하다고 치를 떨었다. 어떤 사람들은 거리에 선 채 자신들이 어떻게 도망쳤는지 말했다. 광주리 밑에 숨어서 재난을 피한 사람도 있고, 들보 위에 올라가거나 몸 위에 흙벽돌을 올려놓고 죽은 척한 사람도 있었다. 갓난아기를 안은 한 여자는 남편을 잃었다면서 자신은 땅굴에서 아이가 울지 못하게 젖을 물린 채 숨어 있었다고, 남편이 죽어가는 비명을 들었음에도 울 수조차 없었다고 털어놓은 뒤 그제야 목 놓아 울었다.”(pp.183~184)

 

<원청>에서 전쟁의 모습을 그린 곳이 여러 곳 나온다. 북양군과 국민혁명당의 전쟁, 토비(도적떼)와의 전쟁은 민중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을 앗아가 버린다. 전쟁으로 인한 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쟁이 한번 휩쓸고 간 자리는 너무나 참혹한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원청>에 나오는 시진이라는 곳도 전쟁이 휩쓸고 간다. 여러 차례 전쟁을 한 시진에 살고 있던 민중들의 망가진 삶의 모습이 적나하게 묘사되어 있다. 더구나 계속되는 폭설도 민중들의 삶은 더욱 힘들게 만든다. 회생하기 어려울 정도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샤오메이가 그곳에서 영면에 들어 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를 보내는 동안 린샹푸는 한 번도 그곳에 가지 못했다. 그는 시산에 한두 번 간 게 아니었다. 천융량과 함께 올라가 시진을 내려다보았고 린바이자를 품에 않고 갔다가 손을 잡고 가고 더 나중에는 딸을 앞세우며 여러 차례 올랐지만, 그 후미진 곳까지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샤오메이는 17년을 기다린 뒤에야 그곳에서 린샹푸와 만났다.”(p.581)

 

린샹푸가 딸 아이를 업고 사라진 샤오메이를 찾아다니는 모습, 시진의 정착 후 전쟁으로 인한 민중의 삶이 파괴되어지는 모습들이 매우 구슬프게 느껴진다. 17년 후 죽어 만나는 린샹푸와 샤오메이. 소설 마지막에 부분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최고조의 구슬픈 장면이다. 작가 위화의 소설은 재밌게만 읽을 수 없는 소설이다. 위트와 해학이 내재하지만 과거의 시대를 살다간 민중의 삶의 애환이 그의 작품 속에 녹아 있기에 마냥 웃으며 읽지 못하는 이유다.

 

2022. 12. 31.

한해를 마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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