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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문화유산들

책 그리고 감상문

by 짱꿀라 2021. 1. 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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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만 4434점, 2012년 14만 9126점 그리고 2020년 19만 3136점. 해가 거듭될 때마다 무섭게 증가하는 이 숫자는 매년 4월 1일 국외 소재문화재단에서 발표하는 ‘국외에 있는 우리나라 문화재 수’입니다."(p.4)

 

위에 있는 글을 보고 있노라면 깊은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애절함과 슬픔을 가슴 한편에 한 아름 안고 있다.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벌써 문화유산 환수와 문화유산제자리 돌려놓기 운동에 관심을 가져온 지 언 30년이 넘어서 그런지 남에 일 같지가 않아 보인다. 매년 집계되는 돌아오지 못한 문화유산의 수 증가를 볼 때면 어찌나 가슴이 조여 오는지, 말을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생각을 해봤다. 또한 이 책을 보면서도 입에서는 튀어나오는 욕을 어쩔 수 없이 뱉어가면서 어렵게 책을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이유는 한 가지다. 남의 물건을 도둑질 해 가놓고 사과는커녕 오히려 뻔뻔하기 이를 때 없는 태도 때문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이었다.

 

"문화유산의 회복 활동을 하며 십수 년 동안 세계의 유명한 박물관들을 다녀 보았다. 런던 영국박물관, 파리 루브르박물관, 파리 국립기메아시아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보스턴미술관, 하버드대학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교토국립박물관, 모스코바 국립동양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 표트르대제 인류학민족박물관 등 세계 곳곳의 100여 박물관들을 탐방했다. 그런데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며 성장한 대부분의 대형 박물관을 방문할 때면 마치 ‘신들의 통곡’ 소리가 들리는듯했다. 박물관이 신들의 통곡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그 박물관들에는 이집트 고대 석상, 중국 둔황석굴,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페르시아 신들의 주검 등 약탈 문화재가 즐비했다. 그중에는 목이 잘리거나 팔다리가 없거나 얼굴만 남은 조각품들도 수없이 많았다. 그곳들은 마치 박물관의 이름을 가장해 온갖 신들의 시신을 팔고 사는 시장 같았다. 이런 야만적인 행위는 지난 수세기 동안 거침없이 이어져 왔다. 박물관들은 이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야만의 광풍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전시했다. 신전에 있어야 할 신들은 정복자가 획득한 전리품이 되었고, 돈을 벌기 위한 장사꾼의 상품이 되었다. 심지어 사제라는 자들도 팔자 콧수염을 점잖게 비벼대며 고대인의 신들을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신전의 소중한 부위를 뜯고 자르고 뽑은 것들을 가져와 진열해 놓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들은 신들의 형상을 그리 조각조각 부숴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넘어 그 먼 곳까지 옮겨 왔을까."(pp.142~144)

 

위에 인용한 글을 보면 문화유산을 강탈한 자들의 오만하고 뻔뻔한 태도가 느껴질 것이다. 나 또한 위에서 언급한 박물관을 거의 다 방문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유산을 보면서 문화유산의 찬란함과 뛰어남, 위대함보다는 불편함을 느꼈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문화유산이 왜 이런 곳에 와 있어야 할까?” 궁금해서 유물을 설명하는 관계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들의 대답은 당연하다는 식으로 와 있어야할 자리에 와 있는 것이다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분명 이것은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 물품이 아닌가. 그런데도 그들이 취한 떳떳한 태도를 보면서 적잖게 놀란 적이 있다. 주인도 아닌 것들이 주인행사를 하려는 듯한 그들의 오만방자한 태도. 권력과 힘을 가진 자들의 논리, 돈을 벌기 위한 그들의 천박한 자본주의 논리가 묻어 있었다. 각 나라의 속해 있는 문화유산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정신과 혼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문화유산을 약탈하는 것은 그들의 정신과 혼을 파괴하는 야만적인 행위다.

 

 

야만의 나라 일본, 미개한 나라 일본

 

일본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경제적 대국으로 손꼽히는 일본, 문화적으로도 강성한 나라일까?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미개하고 야만적인 나라. 일본에 사는 자국민들이야 이렇게 말한다면 비하하는 목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대상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하는 사람들 즉 일본을 움직이는 고위층 다시 말하자면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지 못한 자들, 역사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시각을 가지지 못한 자들, 반성할 줄 모르는 역사 편협주의자들, 극우주의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문화유산을 강탈한 자들을 예로 들어보자. 고려 말 왜구들은 고려를 수시로 침범했다.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물론이고 재물을 약탈하고 부녀자들을 겁탈했다. 어디 그 뿐인가, 왕궁, 왕릉, 사찰과 같은 곳에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들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도굴해서 자신의 나라로 가져가기까지 했다. 또한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어떠했는가? 책에서 임진왜란을 또 다른 문화재 약탈전쟁”(p.184)이라고 지칭했다. 도요토미가 조선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약탈해 갔는지 잠깐 인용해 보겠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왜군의 일부를 문화재 약탈을 위한 특수부대로 편성해 서적, 도자기, 공예미술품을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각 분야의 장인들을 납치했다."(p.96)

"1592년 임진왜란 당시에는 문화재 약탈이 더욱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조선을 침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문화재 약탈 특수부대까지 편성해 도자기, 서적, 금속공예품, 보물 등을 집중적으로 약탈해 갔다."(p.148)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로 일본은 더욱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침략해 한반도의 문화유산들을 약탈해 가기 시작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을 실질적으로 접수한 일본.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는 고려청자 수집광이었고 2대 통감 소네 아라스케는 고문서 광이었다.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일본은 조선의 문화유산을 약탈, 훼손, 파괴를 했다. 이들만 문화유산을 약탈했을까? 일본의 대표적인 도굴꾼 2명을 또 다시 예를 들어보자. 그들의 이름은 이러하다. 도굴왕으로 불리는 오구라 다케노스케와 웅진 백제 고분 도굴왕 가루베 지온. 이들이 저지른 도둑질과 반출행위는 없었다고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 반성은커녕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같았다.

 

"1960년대엔 한국 대중에게도 오구라 컬렉션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1964년 오구라 다케노스케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국에서 수집한 문화재 5천여 점 가운데 8할을 대구에 두고 온 것이 아쉽다고 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당시에 가져가지 못했던 문화재들을 돌려받고 싶다는 망언까지 더해 듣는 이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했다. 대구에서는 그가 남긴 문화재 130여 점이 수습되었다." (p.49)

 

양심은 어디 갔는지 찾아보려 해도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는 볼썽사나운 인간들이다. 일본에 반출된 한국의 문화유산이 약 30만점이 넘는다고 한다. 일본의 국립박물관, 대학박물관, 개인박물관, 개인 정원 등등 곳곳에 조상들의 정신과 혼이 담긴 유물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남의 문화유산을 도둑질해가고 아직 반환하지 않는 나라 일본,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 오만방자한 일본을 어찌 미개하고 야만적인 나라라 하지 않겠는가? 한국과 일본의 관계 회복은 문화유산을 되돌려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의병’들의 이름을 기억하자

 

<돌아온, 돌아와야 할 우리 문화유산>에서는 30개의 챕터가 있다. 이 안에는 우리 문화유산 환수를 위해 수없이 많은 노력과 아낌없는 수고를 해주신 귀한 분들의 이름이 곳곳에 나와 있다. 만약 이들의 노고와 수고가 없었다면 문화유산의 환수는 어려웠을 것이다. 환수된 문화유산은 아직도 타국 땅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나그네처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문화유산 환수를 위해 각고의 정성과 심혈을 귀울어주신 분들의 존함을 거론해볼까 한다. 독립운동가 조소앙 선생, 제일 한국인 사학자 최서면 박사, 튀니지 대사를 역임한 김경임 선생, 동국대 정우택 교수, 재미동포 조창수 선생과 이대수 선생, 김정광 선생, 허정 박사, 이원 총재, 재미동포 사업가 이창수 선생, 프랑스 박병선 선생 등이다. 책에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음으로 양으로 문화유산 환수에 도움을 주신 분들도 수없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이들을 문화의병이라 일컬었는데, 매우 적합한 표현 같아서 마음이 흐뭇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 등이 징발, 수집하여 ‘조선총독부박물관’에 보관했다가 현제에 이른 것이다."(p.206)

 

아울러 문화유산 제자리 찾아주기 운동이 활발해져야하지 않을까?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문화유산들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징발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지역의 대표 문화유산들. 경북 김천 길항사지 동·서 삼층석탑(국보 제99), 충북 충주 정토사지 흥법국사탑(국보 제102), 강원 원주 흥법사지 염거화상탑(국보 제104)과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보물 제190) . 하루라도 빨리 제자리를 찾아 주어야 한다. 고향으로 되돌려주는 일은 일제 잔재 청산이며, 지역의 문화주권을 회복하는 일(p.209)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지당하고 맞는 말이다. 또한 지방정부와 지역주민들(충북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 주민들, 원주시민들)은 문화유산 회복 요구를 끊임없이 주장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1. 1. 23.

토요일 저녁 돌아오지 못한 문화유산들을 기억하며 몇 자 남긴다.

 

 

덧붙이는 말

<돌아온 돌아와야 할 우리 문화유산>에 담긴 내용은 정말 우리가 알아야 할 문화유산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반출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문화유산도 있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문화유산도 수없이 많다. 그 유산들 속에는 각자의 숨겨진 역사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지금껏 우리가 잃고 잊고 있었던 사연 많은 유산들의 이야기를 만나려 가봤으면 좋겠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같이 읽었으면 하는 책들이 두 권 떠올랐다. <간송 전형필>(김영사, 2010)<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 2>(홍익출판사, 2017). 꼭 같이 읽어보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 위 도서는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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