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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유담’에게 던지는 질문

책 그리고 감상문

by 짱꿀라 2021. 8. 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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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유담에게 던지는 질문

 

 

창작과 비평 여름 2021 192호를 통해 김유담 소설가를 처음 만났다. 그곳에 실린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이후 첫 장편소설 이완의 자세와 단편소설이 묶인 소설집 탬버린을 살펴보게 되었다. 소설을 읽어보면서 느낀 점이 몇 개가 있어서 정리하는 차원에서 써 내려 가 보겠다.

 

<창작과비평192호> 이미지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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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192호(2021년 여름호)

답답한 정치현실 속에서 상상의 한계를 돌파할 영감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는 때다. 무엇보다 촛불의 경험을 귀하게 여겨야만 그것이 가리킨 삶을 향해 나아가지 않을 수 없음을 목도한다. 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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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 것이다. 한 마디로 여성들이 주가 되는 것이다. 김유담 작가의 작품들은 대개 여성이 주()가 된다. 여성에 의해서 작품이 전개된다. 작가의 커온 환경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원래 밀양이라는 곳이 양반가문 중심의 문화가 성행하던 곳이다. 지금도 밀양에 내려가 보면 양반의 문화가 밀양이라는 도시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여성들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런 문화 때문에 여성 중심의 작품을 썼을 가능성을 하나 제기해 둔다. 남성중심의 문화가 깊이 뿌리 박혀 있는 것을 탈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 않을까.

 

김유담 첫 소설집에서는 지방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출신의 여성 화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녀들은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하기를 열망하며 고향을 떠난다. 이들에게 있어 고향과 가족을 떠나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내가 나 아닐 수 있는 가능성들의 집합소로 스스로의 존재를 이전하는 필사적인 행위에 가깝다. 숨이 막힐 듯 답답한 가족의 곁을 벗어나 머나먼 미지의 공간으로 향하겠다고 다짐해온 여자아이들은 대학 입학과 함께 고향을 떠나는 데 성공한다. 안간힘을 대해서, 때로는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큰 부담을 지운다는 사실도 애써 모른 체하며 떠나온 그녀들은 자신이 도달한 곳에서 그토록 원하던 바대로 새로운 조건 위에 올라설 수 있을까, ‘출신의 흔적을 지워내고 완전히 새로운 로 태어날 수 있을까.”(pp.315~316)

다만 앞서 살펴본 소설들과 달리, 가져도 되는은 인희의 목소리가 아닌, 십여년간 그녀와 연애하고 결혼한 남편 승규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승규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손에 쥔 것 없이 홑몸으로 고향을 떠나온 여성의 절박한 서울-입사기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p.325)

부모님의 물질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취업 대신 대학원을 선택한 영주는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느라 무척 외롭고 지쳐 보인다. 진통제를 삼키며 치과 진료를 미루던 영주에게선 삶의 무게를 홀로 책임지는 자 특유의 고단함이 진하게 느껴진다.”(p.331)

 

<이완의 자세> 이미지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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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의 자세 - 교보문고

김유담 소설 | 세신사 엄마와 무용을 전공하는 딸,그리고 여탕을 드나드는 고단한 여자들…‘금남의 구역’에서 벌어지는 이 시대 여자들의 내밀한 이야기남편을 잃고 사기까지 당해 어린 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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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대개 자신이 자란 곳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특히 가난과 비천한 신분에 대해서. 그래서 택한 첫 번째 행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을 진학한다. 왜 꼭 서울이어야만 했을까? 출세를 위한 첫걸음이 서울에 있는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하고 취업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해서? 그러나 주인공의 삶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다 중간에 휴학을 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취직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은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작품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작가는 주인공들이 자란 터전을 왜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을 쳐야 했는가에 대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핀 캐리의 인숙, 공설운동장의 하경, 가져도 되는의 인희, 우리가 이웃하던 시간이 지나고의 영주, 두고두고 후회의 선재, 멀고도 가벼운의 지연 등.

 

여자아이들의 고향을 벗어나도록 추동한 기저에는 스스로의 무능을 견디지 못해 가족들을 괴롭히는 아버지로부터의 도피 욕망이 있었고, 그 형상은 두고두고 후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pp.322~323)

무능하면서도 가장으로 대접받기를 원하는 아버지를 보는 일이야말로 하경에게 가장 큰 고역이니 말이다.”(p.321)

반면 부모에게서 지독하게 나쁜 것들만 물려받았다는(226)” 자의식을 가진 인희는 어떤 종류의 여유도 누려보지 못한 채 늘 초조하게 살아간다.”(p.326)

 

셋째로 아버지에 대한 물음이다. 김유담 작가는 아버지를 거의 쓸모없는 존재로 작품에서 나타내고 있다. 사업에서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무능하거나 비정상적인 아버지 상을 그리고 있다. 그리하여 주인공들의 성장기는 가난한 환경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왜 그렇게 아버지 상을 무능하게 그렸을까? 병에 걸려 죽거나,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할 수밖에 없다. 가난의 대물림이 자식에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력으로 부유했다면 여성 주인공들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원만하지 않았을까? 작품 속에서는 자세히 그려져 있지 않지만 아버지의 경제적 무능력함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가족들이다. 아버지의 무능함은 가족 관계 형성에서도 굉장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정 경제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대개는 엄마나 오빠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구성원 간의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아버지의 경제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런 무능한 사람으로 그려야 했는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편 되짚어 볼 문제다. 평화롭고 단락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려면 아버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버지의 무능함으로 가정은 해체되거나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십대 중반에 각자 다르게 징글맞은 삶을 통과하고 있을 세 사람이 가까스로 다신 연결된다면, 어쩌면 이들은 버거운 삶이 마모시키는 감정들을 지켜내고, 함께 탬버린을 흔들면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p.334)

어린 지연에게 소읍의 집성촌을 벗어난 새로운 삶의 방식도 존재한다는 걸 알려준 이모(안혜옥), 제 발로 떠나온 고향에서 다시 돌아갈 때 치러야 하는 대가를 알게 해준 사람이기도 하며, 이제는 스스로 더 멀리 날아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198) 사람이기도 하다. 이모 자신은 몰랐겠으나, 그녀는 일평생 지연에게는 참조할 수 있는 여자 어른의 사례로서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p.336)

 

<탬버린> 이미지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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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 교보문고

김유담 소설집 | 탬버린이 징글징글징글, 하면서 울리는 소리가 좋아.나만 징글징글하게 사는 게 아닌 거 같아서. 어때? 너도 들리니?흔들리고, 흔들며 우리는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표제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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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로 여성(주인공)의 꿈(미래 또는 희망)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그려보게 된다.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지배하지 않는 가정이었다면, 아버지의 무능함 없는 가정, 즉 경제력 상황이 풍족했더라면 주인공들의 꿈이 어찌 펼쳐졌을지 매우 궁금하다. 소설 전개에 있어서 어려움(고난이나 고통) 없다면 서사는 평범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인간 삶의 측면에서 볼 때 꿈(자아가 발전해 가는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없다면)을 포기한 채 살아간다면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뿐만 아니라 참된 삶의 의미도 모른 채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자신의 삶을 비관만 하면서 말이다. 평범한 삶이라도 을 소유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발전하는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평탄하고 소박하게 이뤄갈 수 있는 미래를. 어쩐지 소설 속 주인공 여성들의 꿈을 지닌 이후의 삶이 궁금해진다.

 

그렇게, 김유담의 소설 속에서 간절하게 앓던 여자아이는 간절하게 앓는 여성청년으로 자라난다. 누군가에게는 촌스럽거나 딱해 보일 정도로 절박하게 생을 통과해나가는 그녀들. 때로는 자신의 열망이 불러온 결과에 실망하면서도, 자신을 선택하게 만드는 감정들과 자신의 선택에 잇따르는 감정들을 지나오며 이들은 이전과는 조금씩 다른 자신을 만들어나간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면서. 스스로, 더 멀리, 날아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대단한 일인지 점점 더 깨달아가면서.”(pp.337~338)

 

 

2021. 8. 26.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난 후,

어둠이 서서히 갇히고 있는 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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