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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한번 놀러 오세요.

책 그리고 감상문

by 짱꿀라 2021. 8. 2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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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한번 놀러오세요.

 

 

제주도 하면 대한민국의 관광지로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섬 전체가 관광지로 전세계인들이 몰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계절마다 볼 것들이 너무 많고 아름다운 명소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어디서부터 여행을 시작해도 좋을 정도로 시작과 끝이 없는 여행관광지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의 제목을 제주도로 한번 놀러오세요라고 정했는데, ‘제대로 된 여행을 해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여행이라는 단어에는 이라는 뜻도 있지만 눈으로 보면서 견문을 넓히라는 뜻도 있다. ‘답사라는 단어를 알 것이다. 사전적 의미는 실제로 어떤 일이나 사건이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곳에 가서 보고 조사함이라고 되어 있다. 눈으로만 즐기지 말고 공부한다는 심정으로 제주도를 여행했으면 한다. 이번에 출간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감귤 에디션)은 제주도를 제대로 여행을 시켜줄 안내서로 봐줬으면 한다. 저자 유홍준 교수는 직접적으로 제주학 기본서라고 말은 하지 않지만 그만큼 제주도를 잘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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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감귤 에디션) - 교보문고

‘제주허씨’를 위한 제주 안내서국내 여행안내서 중에서도 제주 안내 책자는 압도적으로 많으며 올레길을 비롯해 제주를 경험하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유명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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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홍준 교수는 여행지를 크게 5구역으로 나누었다. 제주답사 일번지를 1구역, 한라산 윗세오름 등반기를 2구역, 탐라국 순례를 3구역, 제주의 서남쪽 지역을 4구역, 가시리에서 돈내코까지를 5구역으로 정했다. 1구역은 외흘 본향단, 조천 너븐숭이, 다랑쉬오름, 용천동굴, 하도리 해녀 볼턱이다. 2구역은 영실, 3구역은 삼성혈, 관덕정, 오현단이다. 4구역은 하멜상선전시관, 송악산, 대정 추사 유배지, 모슬포까지고, 5구역은 조랑말박물관과 석주명 선생의 흉상이 있는 돈내코 토평사거리까지다.

 

책을 읽고 밑줄 친 부분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서 3가지 느낌 점이 있었다. 이것을 다루면서 글을 마무리 할까 한다.

 

첫째로, 제주도도 땅의 역사가 깊다는 것을 알았다. 땅의 역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제주에서 살았던 민중들의 혼과 문화, 정신, 언어, 민속, 유적지 등이 땅과 같이 했다는 의미다. 3구역, 탐라국 순례 부분은 주로 제주 사람들의 기원을 알리는 유적들이 나온다. 삼성혈, 삼양동 선사유적지, 제주도의 구석기 시대를 알려주는 빌레못동굴, 한경면 고산리와 곽지리는 신석기 시대의 유적지다. 어디 그뿐인가. 불탑사 오층석탑과 제주목 관아, 관덕정, 관덕정 앞에 있는 돌하르방과 고려시대 말기 원에게 대항했던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오현단, 귤림서원, 제주성터, 명월성 등 수많은 유적들. 4구역도 마찬가지다. 하멜상선전시관, 송악산, 대정은 추사 김정희가 9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유배지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수많은 유적지들은 제주에서 땅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땅의 역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제주 땅에도 일제의 만행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송악산 아래 절벽엔 일제가 만든 진지동굴이 여러 개가 존재한다. 진지를 만들기 위해서 제주 사람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무리한 식량요구를 했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제주 땅 여러 곳에 일제의 흔적들, 그늘진 땅의 역사가 남아 있다.

 

"제주도는 73년의 기억 너머에 있다. 단 한발의 총에 맞아 죽는 사람들은 차라리 행복했다고 기억되는 사람들의 땅. 이유도 모르고 죽어가야 했던 사람들의 땅. 검붉은 기억의 섬이다. 해방공간 분단을 원치 않았던 죄로 194731일부터 1954921일까지 제주 사람 3만여 명이 희생되었다. 4·3으로 잃어버린 제주의 마을 130. 4·3의 가장 가혹한 시간이었던 194811월 중순부터 19493월까지 중산간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키보다 높은 눈더미를 짐승처럼 넘어야 했다. 한라산 곳곳엔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채 떠나보낸 아이들과 굶주려 죽거나, 행방불명되거나, 함께 죽어간 혈육들의 비애가 떠다닌다." - 허영선 검붉은 기억의 대지에서 - 제주4·3의 현재적 의미」 『창작과비평2021년 여름호 341

 

둘째로 제주 4·3사건에 관한 부분이다. 인용한 문장을 보면 대충 짐작은 할 것이다. 제주 4·3 사건의 희생은 굉장했다. 마을 130, 3만여 명의 이유 없는 죽음. 이것은 제주인들의 깊은 아픈 상처이자, 뼈를 깎는 깊은 고통이었을 것이다. 제주인들에게 가해진 국가의 잔인한 폭력이었다. 제주 4·3 특별법이 통과되었다고 하지만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의 얼굴도 모르는 유가족까지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지 모르겠다. 제주 4·3 사건은 그야말로 야만의 역사였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감귤 에디션)에서도 많은 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제주 유적지 곳곳에 제주 4·3사건과 관련이 돼 있다. 제주답사 일번지 두 번째 부분 북촌 너븐숭이가 대표적인 곳이다. 저자 유홍준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인용하고 있다.

 

"여기는 4·31949117, 북촌리 주민 400여 명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학살한 북촌리 사건의 현장으로 위령탑과 기념관이 있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의 무대여서 큰길 안쪽에 순이삼촌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제주도를 답사하자면 어디를 가나 4·3과 만나게 된다. 다랑쉬오름에 가서도, 모슬포에 가서도, 돈내코에 가서도, 관덕정에 가서도, 회천 석인상에 가서도, 한라산 영실에 가서도……. 이 비극적인 사실을 모르고는 제주도와 제주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임진왜란, 3·1운동은 그때 사셨던 분들이 다 돌아가셔서 역사적 거리를 갖고 말할 수 있지만 4·3사건은 목격자, 희생자 가족, 그로 인한 이후의 억울한 고통들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어 지나간 역사 이야기일 수가 없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사건을 세상에 알려 영혼과 유가족을 위로하고, 그간 왜곡되어 알려졌던 사실을 바로잡아 가해자든 피해자든 역사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가 그래서 필요했던 것이다."(pp.62~63)

 

유홍준 교수가 말한 것처럼 제주 4·3의 진상이 하루 속히 밝혀져야 하고 보상 뿐 아니라 유가족들을 위로해야 한다.

 

셋째로 제주도를 빛낸 사람들이다. 제주 4·3 사건을 소설화 한 현기영 선생, 평생 제주의 풍광을 찍은 사진작가 김영갑 선생, 산악인이자 언론인이었던 오름나그네의 저자 김종철 선생, 만장굴 입구를 찾아낸 부종휴 선생, 김녕사굴을 지킨 김군천 할아버지, 당처물동굴을 세상에 알린 김종식·김옥희 부부, 향토사학자 홍순만 선생, ‘한마공신김만일 선생, 울창한 동백나무군락을 일군 현맹춘 할머니, 굶주린 민중들에게 모든 재산을 내놓았던 김만덕 할머니, 제주학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석주명 선생, 제주도의 저자 이즈미 세이이찌, 제주에 이름도 밝히지 않고 기부를 한 무명의 사람들까지. 이 글에 거명을 하지 않았지만 책에는 제주를 빛낸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역할이 없었다면 현재의 제주는 없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특별한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땅에 터를 잡고 사는 민중들이었다. 제주인 한 명 한 명이 지금의 제주도를 만든 것이다. 예부터 지금까지 제주 땅에 역사의 뿌리를 심었던 사람들, 전혀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았던 순수한 마음을 지녔던 민초들, 묵묵히 제주라는 땅에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려했던 사람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과연 제주는 어찌됐을까? 천천히 책을 읽어가다 보니 제주 민중의 역사가 보인다. 땅의 역사란 바로 그런 것이다. 민중의 숨과 얼의 문화가 간직된 곳, 묻혀 있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주를 여행하는 이들은 결코 이들을 잊혀서는 안 될 것이다. 숨은 역사의 이야기를 알고 여행을 한다면 의미 있는 추억여행이 될 것이다. 관광명소로만 알려진 제주도가 아닌 역사와 관광이 어우러진 땅, 생각만 해도 뭉클한 감흥이 가슴 한가운데에서 올라오는 느낌을 받는다.

 

조랑말의 고장, 감귤의 고장, 해녀가 있는 섬, 오름 왕국이라 불리는 섬, 바람, 여자, 돌이 가득한 섬인 제주도의 속살들을 맛보고 싶다면 나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감귤 에디션)을 꼼꼼히 읽고 제주도 여행을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제주도를 진중하게 설명해 놓은 책이다. 나는 2012년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그전 책과는 약간 다른 형태로 글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관광 목적이 아닌 답사 목적으로 썼기 때문(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6)에 역사와 유물, 유적 이야기가 풍부했다. 학자로서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보는 시각과 유적지를 대하는 자세 같은 것이 세밀했다. 역사가 담긴 유적이나 유물 같은 전문가의 의견이 담긴다는 것은 독자들의 역사적 상상력을 넓힌 것이었다고 봤다. 독자들을 배려한 조처였다고 보였다. 그렇지만 7권에서는 그와 같은 시선은 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관광과 답사의 중간 정도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 유적, 유물 역사에 대한 이야기(소개)는 조금 부족할지라도 제주도를 전체적으로 개괄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다시 읽어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리에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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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 비가 오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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