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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타자(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책 또는 일상사

by 짱꿀라 2021. 6.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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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타자(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연년세세자주가 펼치는 여성과 가족의 이야기는 팬데믹 이후 한층 심화된 젠더 불평등의 문제를 핵심으로 지금 우리의 삶이 필요로 하는 근본적인 전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돌봄이 중심이 되는 사회란 인간이 세계 속에서 존재하며 관계 맺고 살아가는 방식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며, “이때 변화란 대전환의 일부가 아니라 그 자체가 대전환이다라는 전언이 간곡하게 다가온다. 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의제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 우선되듯이 문학작품을 대할 때 역시 여성과 가족의 서사 안에 담긴 생명, 노동, 돌봄의 다양한 이유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고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30~31)

"이를 위해선 앞서 살핀 불안정노동의 삶 외에도 돌봄, 사회적 차별을 받는 정체성과 취약계층, 전지구적 자본화 과정이 만들어낸 기후위기 등 우리가 온실에 머무르기 위해 비대면해왔던 목소리들을 듣는 일이 중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실과 오랫동안 비대면해온우리를 반성하고 사회가 배제해왔던 목소리들을 듣는 일로 우리라는 공동의 자리를 다시 구축해나가는 일이 요구되는 지금이다." (50)

"‘~해도 괜찮아의 문법은 너무 쉽게 공감하거나 너무 쉽게 위로받지 않는 ’,, 그리하여 결국은 새로운 삶의 태도를 찾아내고야 마는 들의 연대가 될 때 의미가 있다. 타인의 부여한 권위와 자신이 만든 환영 사이를 가로질러 로 향하는 사유, 이것이 일인칭 글쓰기 시대의 문학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69)

 

 

창작과 비평 여름 192호 중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모든 분야에서 충격과 혼란이 일어났고, 전세계적으로도 혼란이 도래했다. 이렇게 코로나19의 피해는 어마어마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아직도 이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피해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과 자구책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사회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들은 생명을 잃거나 건강 악화로 그전에 건강을 되찾지 못한 사람들이 무수하다는 것을 안다. 역시 이들도 피해자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즉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수없이 존재한다. 뉴스를 통해 나오는 피해자들은 통계에 잡힌 수치이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숫자들.

 

특히 창작과 비평192호 특집에서 다룬 3편의 글. 백지연의 삶의 전환을 꿈꾸는 돌봄의 상상력, 김태선의 팬데믹 시대의 목소리를 함께 듣는일, 정주아의 일인칭 글쓰기 시대의 소설이다. 이곳에서 다뤄진 사람들, 다시 말해 코로나19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 사회에서 충분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음지에서 조용히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여성 노동자, 돌봄 노동자(간병인도 포함), 이주노동자, 택배노동자, 계약직, 임시직, 일용직 노동자와 같은 불안정한 현장에서 노동을 하는 이들, 택배배송 기사들, ‘~해도 괜찮아를 거부한 청년세대들 까지 이들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한마디로 특집에서 다룬 글들은 공통적으로 타자의 목소리, 즉 고통 받는 계층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이들과 함께 연대를 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다. 공동체를 통하지 않고서 어려움을 극복하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연대를 통한 소통만이 해결책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황정은의 연년세세와 이주혜의 자두, 김복희의 희생, 이용훈의 신수동 수화물 터미널, 김경인의 올해의 슬픔, 안희연의 나의 투쟁, 박솔뫼의 그럼 무얼 부르지, 김금희의 복자에게,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의 작품에서 등장한 인물들이 약자적 계층이다. 김태선 문학평론가가 "그 어느 때보다 “진실과 오랫동안 비대면해온” 우리를 반성하고 사회가 배제해왔던 목소리들을 듣는 일로 ‘우리’라는 공동의 자리를 다시 구축해나가는 일이 요구되는 지금"(p.50)이라고 말한 것처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꼭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 생각을 해본다. 문학도 타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한다는 사실과 함께.

 

 

2021. 6. 24.

3편의 글을 읽으며 두서없는 생각을 정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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