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한 국가폭력이었다. 4·3은 소박했던 섬의 공동체를, 가족사를, 한 인간의 생을 기를 쓰고 뒤틀어 놓았다. 이후로도 반백 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제주 안의 ‘왁왁한 역사’였다. 4·3으로 부모님을 잃고, 이름을 잃고, 호적에 등재 못한 이들도 많았으나 아무 말 못하던 사람들의 역사였다.”(369면)
4·3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7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일반인들에게는 지나가 버린 사건으로 ‘머릿속엔 일반적인 사건이었다’라는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4·3사건의 피해자들은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목격했거나 목격하지 못했지만, 유가족들은 아직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4·3특별법)’ 개정안이 2021년 2월 26일 여야 합으로 국회를 통과하고 3월 16일에는 제주지방법원에서 ‘돌아오지 못한 수형 행불인 335명’에게 무죄선고를 내리게 되었다. ‘빨간색을 없애는데 73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판결이 내려지던 날 유가족 중 어느 “한 여인의 말이 꽂힌다. ″글쎄, 무죄라 하면 막 기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네. 명예회복만 되면 좋을 줄 알았는데 왜 이리 가슴이 아리는지.......″ 기분은 풀렸으나 뭐라 할 수 없이 헛헛한 가슴, 그것이 4·3의 현재다.”(364면)
“토벌대의 명령에 따라 해변마을로 소개(疏開)했을지라도 남자가 없으면 여성들은 도피자 가족으로 몰려 희생을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은 감시, 도피, 구금, 고문, 학살 등 폭력을 겪거나 목격해야 했고 4·3 이후 가장이 되었고, 생활고와 연좌제, 이산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한 팔순의 아들은 어머니가 죽고 젖 굶어 죽은 동생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아직도 시달린다 했다.”(365면)
“모든 것을 쏘아도 기억은 쏘지 못했다. 질긴 그 기억은 죽어야 끝날 터. 이렇게 산 자들의 기억투쟁은 제주 4·3의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기억 속에 그것은 강력한 접착제처럼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366면)
“이들에게 4·3은 아직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밝은 곳을 바라보는 눈초리, 평생 4·3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피멍 들고 부서진 가슴과 함께하지 않는 한 4·3은 어떻게 어둠에서 나왔다 할 것인가. 4·3이 떠오를수록 기대와 절망은 모순되게 커진다. 4·3의 이쪽은 아직도 눈 속 겨울인 것이다.”(367면)
남동생을 업고 가다가 총에 맞아 죽은 어머니, 밥 한 숟가락만 먹고 싶다던 5살 된 여동생, 도피자 가족이란 이유로 폭도가 되어야 했던 태어나지 않은 아이, 빨갱이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젖먹이에게 젖도 주지 말라던 장면과 임신한 여인의 배를 형틀에 묶어 발로 밟고 죽지 않으니까 끝내 총으로 사살해 버린 기억들, 아직도 진상 규명이 되질 않아서 위패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배제된 희생자들이 있다. 이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에겐 아직도 4·3사건은 진행형이다. 그들이 기억 속에 아픔과 쓰라린 고통으로 남아 있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감귤 에디션)>에서 4·3사건에 대한 묻혀 있는 많은 진실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진상 규명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밝혀진 사실들을 유가족들에게 하나도 남김없이 진실되게 소상히 알려야 하며 왜곡되어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잡아 가해자든 피해자든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4·3사건의 유가족들에 대한 한없는 위로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시인이자 제주4·3연구소장인 허영선 씨도 확실한 진상 규명과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며 또한 “4·3의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공적인 애도의 공간을 누리지 못한 배제된 활동가들의 이름들에 대한 공적 진혼이 이뤄지고 그들이 원했던 세상을 밝혀야 한다”(369면)고 했다.
이렇게 4·3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밝혀야 할 진실들은 많고 동시에 유가족들의 심적 고통은 쭉 이어져 오고 있다. 조금이라도 유가족에 대한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절실한 참여도 필요하다. 그것은 4·3사건에 대한 바로 된 역사 알기, 역사의식을 갖는 것이다. 73년 만에 4·3특별법 개정안은 통과되고 무죄판결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이 너무 많다. 국가의 폭력에 희생된 영혼들을 달래야 할 책임 또한 국가에게 있는 것이다.
2021. 8. 7.
4·3으로 인해 희생된 영혼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글을 마친다
이미지 출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감귤 에디션) - 교보문고
‘제주허씨’를 위한 제주 안내서국내 여행안내서 중에서도 제주 안내 책자는 압도적으로 많으며 올레길을 비롯해 제주를 경험하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유명 관
www.kyobobook.co.kr
첫번째 이미지출처
https://issue-00.tistory.com/83
제주 4·3사건을 잊지말자
제주 4·3 사건이란? 미군정과 경찰에 항거하던 3만명의 제주도민들이 경찰과 우익 청년단에게 피해를 당한 사건 당시 해방을 맞았다. 그렇지만 제주도는 미군에 의해서 지배되었다. 미군은 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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