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인문학>을 읽다가 농부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과연 농업을 업으로 하는 사람만이 농부라고 할 수 있을지. 좀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농부라면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지에 대해서 이 책은 자세히 가르쳐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식뿐만 아니라 참용기와 실천이 전제되어야만 진정한 농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라고 할까. 진짜 농부를 만들어주는 지침서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내가 가진 농부의 상은 이런 것이었다. 봄에 논에서 일하는 사람을 농부라고 알고 있었다. 그리고 5월에 모내기를 하고 가을에는 추수를 하면 되는 사람. 참 간단한 생각이었다. 너무 무지하고 무식하고 단순한 생각들이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농부라는 직업을 하찮은 직업으로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반성을 해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농부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라는 것을, 아주 귀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라는 것을.
이 책에서 지은이 서정흥 농부는 이렇게 정의했다.
“농부는 홀로 살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요, 생명을 귀히 여기는 사람, 농부는 흙을 사랑하고 때를 맞춰 씨앗을 뿌리고 온 정성을 다해 키워내고, 수확을 할 줄 아는 이, 농부는 자연의 순리에 따를 줄 알고 순응할 줄 아는 사람, 농부는 자신의 마음과 몸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 농부는 어느 누구와도 나눌 줄 알고 이웃과도 사이좋게 지내줄 아는 이, 농부는 자연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끌 수 있는 이, 절대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은 언제나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농부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고 농사를 백년지대계라고 인식할 수 있는 사람, 농부는 농사에 있어서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요, 전문가다. 무엇보다도 흙과 작물, 사람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자가 농부라고 했다. 한마디로 영웅이다.”
이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는 ‘자연이 가르쳐 준 것들’, 두 번째는 ‘농부의 설명서’, 세 번째는 ‘농부 다시 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한 챕터를 읽고 넘기면서 농부의 존재는 과연 성직자와 비슷하고 경건한 마음을 갖고 대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사람 개개인에게 있어서 직업이란 매우 소중한 것이다. 삶을 이어가고 지탱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농부는 그것보다 더 귀중한 삶의 기초를 제공해주는 아니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존재라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시인인 서정홍은 마지막 챕터에 ‘농부’를 이렇게 적어 놓고 있다.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 할까 한다.
농부는
“땅을 일구며 날마다 별을 노래하는 시인입니다
논밭에서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지렁이 한 마리 귀하게 여기는 환경 운동가입니다
하늘을 보고 심고 거둘 때를 아는 천문학자입니다
생명을 기르면서 깨달음을 찾아가는 철학자입나다
건강한 음식으로 사람을 섬기고 살리는 의사입니다
이웃과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시민사회 운동가입니다
온 겨레를 먹여 살리는 자랑스런 국가대표 선수입니다
땀과 정성으로 삶을 배우고 가르치는 참된 교사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가슴에 안고 사는 이야기꾼입니다
여린 새싹 앞에서도 머리 숙일 줄 아는 수도자입니다
사람 힘으로 안 되는 일이 있는 줄 아는 성직자입니다
모든 생명을 따듯하게 품어 살리는 어머니입니다
고르게 가난하게 사는 법을 실천하는 ‘희망’입니다” (pp.173~174)
시인, 화가, 환경 운동가, 천문학자, 철학자, 의사, 시민사회 운동가, 국가대표 선수, 참된 교사, 이야기 꾼, 수도자, 성직자, 어머니, 희망이라고 말했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농부는 정말 위대한 영웅처럼 느껴진다.
2021. 5. 18.
언젠가는 농부로 살기를 바라는 이가
붙이는 말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빼놓지 말고 읽어야 할 세 개의 챕터가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공동체」, 「‘서로’를 살리는 직거래」, 「텃밭 농사, 위대한 일의 시작」. 도시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식과 미래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건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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