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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혈, 제주의 첫 숨이 깃들다

책 또는 일상사

by 짱꿀라 2021. 8. 2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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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혈, 제주의 첫 숨이 깃들다

 

 

"우리는 삼성혈 자리로 모였다. 탐라의 개벽시조인 고을나(高乙那양을나(良乙那부을나(夫乙那)라는 삼신인(三神人)이 이곳에서 동시에 태어났다. 이들이 땅에서 솟아난 구멍이 삼성혈이다. 옛 이름은 모흥혈(毛興穴)이라고도 한다. 움푹 팬 구덩이에 새 개의 혈(구명)이 품()자 모양으로 나 있다. 이 구멍은 비가와도 빗물이 고이지 않고 눈이 내려도 그 안에 눈이 쌓이지 않는다. 위쪽 구멍은 둘레가 여섯 자고 아래의 두 구멍은 각기 석 자인데 그 깊이가 바다와 통한다고 한다."(pp.200~201)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성로 22(이도 11313)에 위치한 유적이다. 나는 제주도를 갈 때마다 이곳을 제일 먼저 들른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곳으로 달려가는 이유는 제주의 기원이 되는 곳이고 제주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유적지 답사를 하기 전에 먼저 역사의 기원이 시작되었던 곳을 찾는 버릇이 있다. 탐라의 시조인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는 수렵생활을 하다가 오곡의 씨와 송아지·망아지를 가지고 온 벽랑국(碧浪國)의 세 공주를 맞이하여 혼인한다. 농경생활이 시작되고 삶의 터전을 이룬 시조들의 탄생설화를 간직한 삼성혈을 찾는다.

 

 

이미지 출처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36478766&orderClick=LEa&Kc=#N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감귤 에디션) - 교보문고

‘제주허씨’를 위한 제주 안내서국내 여행안내서 중에서도 제주 안내 책자는 압도적으로 많으며 올레길을 비롯해 제주를 경험하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유명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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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혈을 가기 위해서는 건시문(乾始門)을 통과해야 한다. 삼성혈 주위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그윽하다.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감귤 에디션)>에서 말했듯이 “500년 이상의 노송나무들과 녹나무, 조록나무 등 수십 종의 고목이 울창하게 서 있어 전설적인 분위기”(p.201)를 연출한다고 했다. 나는 삼성혈이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고목들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느낌을 받는다.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고목들은 삼성혈을 지켜주는 파수꾼 역할도 같이 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곳에 방문할 때마다 마음이 든든하고 내가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삼성혈 자리에 도착하면 움푹 팬 곳에 구멍이 세 개가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앙증맞고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 구멍엔 탐라시조와 관련된 설화가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 다시 마음이 경건해진다. 제주인의 시조를 유적지에 만난다는 것은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들게끔 한다는 것.

 

이미지출처

https://www.visitjeju.net/kr/detail/view?contentsid=CONT_000000000500300

 

삼성혈

 

www.visitjeju.net

 

삼성혈 공원 안에 있는 전시실과 영상실로 향한다. 전시실에는 삼성혈 신화 모형도를 만날 수 있고, 영상실에서는 제주의 신화와 역사에 관한 자료영상도 만날 수 있다. 모형도와 영상을 먼저 보고 공부하면 제주도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곳을 떠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삼성전이 나온다. 삼성전은 삼성시조의 위패가 봉안된 사당으로 매년 후손들이 봄(410일에 춘기대제)과 가을(1010일에 추기대제)에 제사를 지낸다. 건물 입구엔 향불이 타오른다. 나도 향불을 피우며 추모 의례에 참여를 해본다. 의례를 참여해보는 것은 탐라의 정체성을 한 번이라도 느껴보려는 의도에서 하는 것이다.

 

삼성전를 나와 입구로 다시 향한다. 제주의 명물로 취급받는 돌하르방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나도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입구에 서 있는 돌하르방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삼성혈과 전시실, 영상실, 삼성전을 보고 나오면 다른 유적지로 향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홍살문에 서 있는 돌하르방 한 쌍은 제주에 있는 오리지널 47기 중에서도 가장 명작이라는 사실을 안 이후로 이곳을 여행할 때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다섯 번째 방문을 할 때부터 유심히 살펴본 것 같은데 유홍준 교수가 말한 것처럼 가장 의젓해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탐라의 시조를 지켜주는 든든한 장군상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육체와 마음은 평안해지기 마련이다. 탐라의 시조들은 돌하르방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처럼 제주인들을 평안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삼성혈 입구에 있는 돌하르방을 감상하며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삼사석비가 있는 곳이다. 삼사석은 일명 시사석이라 하며 이곳 사람들은 살맞은돌이라고 부른다. 3성이 모여 화살을 쏘아 살 곳을 정했는데, 그때 쏜 화살이 꽂혔던 돌덩어리들을 보관한 곳이다.”(p.215)라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제주목사 김정이 세운 작고 조촐한 비가 삼사석 비 옆에 서 있다. 작고 아담한 이 비석들은 제주인을 닮은 것 같다. 제주인의 문화 정신이 비석에 반영돼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거창함과 화려함을 선택하지 않고 작고 조촐하고 아담하고 소박함을 선택한 제주인들.

 

제주도에 오면 이곳을 가장 먼저 여행을 한다. 그리고 여행 첫날 일정을 삼사석비가 있는 곳에서 멈춘다. 맘만 먹으면 더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제주의 정체성을 더 깊이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다른 유적지를 답사하더라도 그 곳 역사의 시작이 된 곳에서 첫날의 답사여행을 멈춘다. 삼성혈은 제주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2021. 8. 13.

제주의 시작을 알리는

삼성혈 유적을 답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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