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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평하지 못한가?

책 그리고 감상문

by 짱꿀라 2021. 7. 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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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평하지 못한가?

 

 

"역사란 지나가버린 과거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역사전쟁을 치르며 다시 쓰이고 있다. 특히 역사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 힘들고 학문 정의 역시 마찬가지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오늘날 한국근현대사의 숱한 장면과 격랑 속에서 망각되고 사라진 역사적 인물들을 발굴해 내는 것은 일견 한국근현대사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드는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분단과 과잉이념으로 굴절된 인물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 또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p.8)

 

나는 근현대사의 역사적 인물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항일독립지사들의 글을 읽을 때면 더구나 가슴이 아려온다. 왜냐 제대로 역사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독립운동 후손들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전재산을 바치고 목숨까지 바치고 심지어는 사랑하는 가족까지 잃어가면서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에 대한 처사가 너무 가혹하기만 하다. 알아주기를 바라고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헌신과 노력은 알아주어야하지 않겠는가?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을 해본다. 아직도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독립운동 하신 분들에 대한 평가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궁색하기 이를 때 없다.

 

 

 

친일파였던 사람이 항일독립운동가로 변신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국립현충원에 가보면 그곳에 묻혀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국가적 예우 또한 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보고 있자니 속히 뒤집혀 그냥 있을 수가 없다. 나라 팔아먹고 독립운동가 잡아 고문하고, 일본 천황에게 훈장을 하사 받고 작위까지 받던 이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떵떵거리며 살아왔는지, 독립운동을 했다고 훈장까지 받고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는지, 심지어 친일파들의 후손들은 현재 행정고위직으로, 국회의원으로, 재산가로 유명한 정치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역사는 이들을 왜 단죄하지 못했을까 생각하면 정말 속이 뒤집힌다. 역사는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 역사에서 왜곡되고 사라진 근현대 인물 한국사>에서 거론된 인물들만 보더라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사회주의 계열 항일독립지사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 때 내세운 반공파시즘때문이 아니었을까, 제대로 된 친일청산을 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조금씩 서서히 밝혀지고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길 바란 뿐이다.

 

"이은상은 해방 후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에 이르기까지 독재정권을 찬양했던 인물이다. 4월 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를 지성이 실종된 데모라고 폄훼했으며 이승만을 이순신 같은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나아가 박정희를 이순신과 세종대왕을 합체한 인물이라고 망언을 일삼았고, 죽기 직전까지도 전두환 5공 정권 국정자문위원으로 참여하였던 매우 극우 성향의 인물이다."(p.23)

"박종홍60~70년대 박정희 정권 내내 권력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철학자 박종홍은 일제강점기와 마찬가지로 이승만 철권통치가 자행되던 12년 동안 독재정권을 비판한 적이 없다. 소극적으로나마 저항한 경우는 더더욱 없다. 오히려 박정희 정권에선 적극적으로 현실 권력에 밀착돼 있었다. 한마디로 철학자 박종홍은 원효와 지눌, 퇴계와 최한기를 팔아 애국애족과 총화단결을 역설하며 박정희 신민(臣民)’을 양성하는 파시스트적 세뇌 작업에 동참한 셈이다. 실제로 철학자 박종홍이 기초하고 독재자 박정희가 선포한 국민교육헌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가 저지른 정신적 폭력이었다."(pp.61~62)

 

<우리 역사에서 왜곡되고 사라진 근현대 인물 한국사>에서 다룬 인물들도 이와 비슷하다. 탈색되었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거나, 둔갑했거나. 저자 하성환은 이희승, 박종흥, 이은상 같은 이들은 미화된 인물들이라고 평가했으며 조선일보에서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는 동인문학상같은 것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박치우, 이화림, 대암 이태준, 남로당 강처중, 송암 오동진 장군, 열혈 항일독립투사 김명시 같은 분들은 아직도 올바르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단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위에서 지적했듯이 사회주의 계열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왜 이리도 대한민국 사회에선 역사의 평가가 각박하고 인색한지 모르겠다. 독립투사들의 신원회복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역사적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인용하면서 마무리를 해본다.

 

"그렇다고 계몽이 덜 된 일부 시민들을 탓할 게 아니다. 연구가 부진한 학계를 탓할 것도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역사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각종 매체에서 종종 들리는 주장대로 민족-반민족 역사전쟁이 끝났고 반공파시즘으로부터 한국 사회가 자유롭다면 왜 아직도 김명시에 대한 서훈이 이뤄지지 않는가? 서훈은커녕 대중의 기억 속에 왜 존하지 않는가? 이에 대한 답을 해야 할 것이다."(p.242)

 

 

2021. 7. 4.

 

붙이는 말

친일파였다가 독립운동가로 화려하게 채색되고 둔갑된 것들을 바로 잡고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겠다는 초심하나로 항일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의 신원이 속히 회복되고 역사적 평가가 재대로 이루어지는 날이 빨리 도래하기를 바란다. 이날은 역사의 정의가 회복되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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