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4권의 책
기대되는 4권의 책
문학초점과 촌평을 읽다가 눈에 들어온 작가가 이혜경 소설가, 정지아 소설가, 작년 3월에 타계하신 이이화 선생님, 김성중 소설가였다. 나에게는 이혜경 소설가라는 이름이 낯설다. 그의 작품을 전혀 알지 못하고 언론기사에서도 전혀 접하질 못했다. 그러나 정지아 소설가의 작품은 1990년대 데뷔했을 때부터 작품이 나올 때마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혜경 소설가를 알기 위해서 신문보도에 난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인터넷 서점에서 그의 작품소개를 읽어보고 ‘아 이런 작품을 쓴 사람’이라는 것을 머리에 저장하게 되었다.
2021년 민음사에서 출판된 『사소한 그늘』. 이 작품 역시 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는 가족이야기를 주로 썼다. 다정하고 정밀한 시선, 유려한 이미지, 차분한 서술로 글을 쓴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읽어보질 않아서 평가하기는 쉽지 않지만 문학초점에서 신철규 시인,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김정아 소설가의 나눈 대화에서 그런 특징들이 엿보인다. 이번 작품 『사소한 그늘』도 가족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1970년대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경선·영선·지선의 세 자매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이 소설 역시 여성이 이끌어가는 소설이라는 점. 창비에서 펴낸 여성 작가의 데뷔 소설 『베이비 팜』과 『마른 여자들』도 여성들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점에서 『사소한 그늘』이란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요즘에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많이 회자된다. 앞으로 여성이 주가 되는 소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된다. 여성들의 눈으로 세상과 인간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지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 여겨진다. 이혜경 작가의 작품 『사소한 그늘』도 이런 점에서 기대하는 작품이다.
글과 이미지 출처
자본주의의 적 - 교보문고
정지아 소설집 | 낯선 시도가 배반하지 않는 소설의 본령“그래서 우리는 정지아를 읽는다”갑자기 기억상실에 빠진 한 남자가 까페에서 정신을 차리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존재의 증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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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정지아 소설가. 이 소설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신철규 시인이 말한 것처럼 단편소설집으로 묶인 『자본주의의 적』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작품이다. 창비에서 출간되어 바로 구입한 책인데 아직 읽지 못한 작품이다. 정지아은 “한국 소설계의 대표적인 ‘리얼리스트’로 분류되며, 인간의 삶에 스며든 현대사의 질곡을 천착해 온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녀의 데뷔작 <빨치산의 딸>은 남로당이었던 부모님의 삶을 소설로 쓴 작품인데 그녀의 특징이 짙게 묻어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그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고 할까.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섞어가며 사건의 흐름을 정밀하게 포착해 재밌고, 재치 발랄한 요소들이 작품에 반영되었다”고 한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이 말한 소설집 『자본주의 적』은 “자본주의와 계급 문제에 주로 초점화”되어 있다고 했다. 「존재의 증명」, 「계급의 완성」, 「자본주의의 적」, 「우리는 어디까지 일까」의 작품들. 이와 더불어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 「아하 달」, 「애틀랜타 힙스터」은 유머러스한 작품이고, 「검은방」과 「엄마를 찾는 처연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은 정지아 본래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정지아의 소설집 <자본주의의 적>이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문학평론가 선우은실이 말한 것처럼 자본주의와 계급문제가 ‘사회적 이슈’들로 대두되고 있어서다.
"『이이화의 동학농민혁사』는 작년에 타계한 역사학자 이이화(1936~2020)가 50여 년 동안의 동학농민혁명 연구를 집대성하여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대작(大作)이다."(p.411)
작년 3월에 작고하신 이이화 선생님은 재야의 역사학자로 존경하는 분이다. 한평생을 민중의 역사를 연구해 오신 분으로 기존의 사학자들과는 결이 다른 분이다. 정치사, 경제사, 사회사, 문화사 등 왕조중심의 연구가 집중되었는데 이이화 선생께서는 민중중심으로 연구를 하신 ‘민중의 사학자’라고 불린다. 『동학농민혁명사』는 한 마디로 민중의 역사를 엮어놓은 책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 전작인 『민란의 시대: 조선의 마지막 100년』에서도 중심에는 ‘민중’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동학 인물들을 중심으로 집필한 이번 책도 그 근저에는 민중들이 바탕이 되었다. 50여 년 간 ‘민중의 역사’에 온 힘을 기울이신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이 써 놓은 유고작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역사 중심에는 ‘민중’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한 주된 목적이 숨어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주목한 책은 제시카 브루더의 『노마드랜드』다. 이 책의 촌평은 김성동 소설가가 썼는데 읽어보니 ‘가난’에 대한 내용이었다. 김성동은 ‘가난’의 내용이 담긴 책 4권을 글에서 소개한다. 『가난 사파리』, 『더 글라스 캐슬』 『하틀랜드』, 『힐빌리의 노래』다. 창작과 비평 여름호 192호에서 이정숙 교수는 김중미 소설가와 인터뷰한 글을 썼다. 이 글에서도 김중미 소설가의 특징 중 하나가 ‘가난’에 대한 것이었다. 요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빈곤’ 즉 ‘가난’에 대한 것인데, 『노마드랜드』에 들어 있는 내용 역시 ‘가난’이었다. 가난으로 인해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면 이것은 사회적으로 큰문제다. 『노마드랜드』의 주요 내용을 김성동은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격인 린다 메이는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나이 든 여성이지만 낙관을 멈추지 않고 모두에게 우정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다. 고령여성노동자인 린다가 ‘틈새호텔’이라고 부르는 트레일러를 끌고 어떻게 일자리를 구하고, 혹한기를 지내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친구를 만나고, 자기의 꿈인 ‘어스십’(earthship, 버려진 물질로 만든 수동형 태양열 집으로, 친환경적인 자립주택)을 짓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는지, 그 여정에 동행하는 것이 책의 큰 줄기다."(p.423)
사람들에게 가난이 주는 고통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가난을 극복하는 힘 또한 '연대'라는 것을 알려준다.
문학초점과 촌평을 읽으며 중심이 되는 단어를 꼽아 보았다. ‘여성(페미니즘)’, ‘자본과 계층’, ‘민중’, ‘가난’이었다. 뽑은 5개의 단어들을 천천히 음미해 봤다. 사회적 이슈들로 부상하고 있는 단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작품들을 읽어가면서 이 문제에 대해 깊게 다뤄봐야 할 것 같다.
2021. 8. 15.
14일 밤을 넘기고
광복절을 맞이하는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