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의 자세>을 읽고서
<이완의 자세>을 읽고서
김유담 소설을 만난 것은 작년 12월인 듯하다. <탬버린>을 통해 만나게 되었는데 이번 『창작과비평』 192호 「안」이라는 단편소설로 또 한 번 만나게 되어서 무척 기뻤다. 「안」이라는 단편소설을 통해 주인공 윤미와 친엄마 정윤주, 큰엄마 안금자, 시어머니 윤혜숙까지 만나게 되었다. 기혼 여성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이완의 자세>에서 만난 여성들은 주인공 유라와 친엄마 오혜자를 만나게 되었다. 여기에서 저자 김유담 소설가에게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할 것 같다.
왜 신분 상승을 원하는 여성들의 삶을 선택했는지가 매우 궁금했다. 정은주와 오혜자의 삶은 약간 닮은 부분이 있었다. 정은주는 윤미에게 의대나 약대를 가라고 요구했다. 오혜자는 유라에게 무용으로 성공하기를 원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딸에게 엄마로서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신분상승을 위한 것이라 생각을 하면 조금은 불편한 감이 없이 않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엄마의 지나친 요구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주인공 자신이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딸의 꿈과 인생은 부모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 즉 다시 말하자면 주인공의 주체적인 삶에서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김유담 소설의 『이완의 자세』와 「안」에 나오는 큰엄마 안금자나, 유라에게 무용을 가르친 윤원장의 삶처럼 사는 것도 여성으로서의 삶은 괜찮은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특히 단편소설 「안」에 나오는 큰엄마 안금자의 삶은 가부장재에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 가족의 평화를 위해 살아가는 삶이란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죽기 직전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찾으려는 노력은 굉장히 좋아보였다. 공민수와 이혼한 윤미와 무용을 포기한 유라는 주체적인 삶을 찾으려고 노력하듯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주체적인 삶을 찾아가려는 여성들의 ‘고군분투(孤軍奮鬪)’함이 엿보였던 소설이라 하겠다.
작가 김유담 소설은 주체적인 삶의 길을 찾아가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엿볼 수 있어서 매우 기분이 흐뭇했다. 나는 작가와의 만남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나의 주체적인 삶(꿈을 이루기 위한 삶)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김유담 작가는 『이완의 자세』의 작가의 말에서 이런 표현을 했다.
"이루지 못한 꿈을 가슴 속 깊이 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꿈꾸던 것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남은 삶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까. 이루지 못한 꿈을 곱씹으면 후회하며 살게 될까, 아니면 또 다른 꿈을 꾸면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 나서게 되는 걸까." (창비 2021 186면)
2021. 8. 3.
소설 <이완의 자세>를 읽고 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