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감상문

인간과 동물의 거리는 얼마나 멀까?

짱꿀라 2021. 6. 13. 21:02

인간과 동물의 거리는 얼마나 멀까?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갑자기 인간과 동물은 사이는 얼마나 될까라는 것.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릴지는 모르나 나는 동물과의 거리는 멀어졌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옛 시절에는 사람과 동물의 사이는 가까웠으니 말이다. 같은 식구처럼 대했으나 시대가 바뀌면서 동물을 상업적인 용도로만 취급하면서 동물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이익을 창출하려다 보니, 인간의 탐욕은 점점 더 악독하게 변해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20215월엔가 기후변화에 대한 책을 한권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한 가지 지적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지구는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사람과 동물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인간과 동물과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동물은 돈을 벌어들이는 창고로 밖에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벌어진 이 참혹한 광경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와 돼지의 경우를 책에 써진 문장으로 살펴보자.

 

"우리나라 돼지의 99퍼센트는 평생 흙을 밟아보지 못한다. 사방이 막힌 시멘트 방에서 분말 사료만을 먹으며 6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산다. 우리 법은 동물을 흙에서 기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동물의 똥오줌이 지하수나 하천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하지만 인간이 돼지를 길들인 1만년의 세월 동안 인간과 가축, 자연 사이에 오염은 없었다. 오염은 동물을 과도하게 밀집시켜 키우면서 생겨났다. 축사의 돼지는 자신들이 배설한 분뇨의 늪 위에 설치된 발판에 서서, 고농도의 암모니아가스와 분뇨 먼지 속에서 살아간다. 겨우 6개월을 살 뿐인데도 도축 시 반 이상이 폐 질환을 갖고 있다."(p.34)

"전통적으로 찜과 탕으로 먹었던 소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한 건 현대의 일이다.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소는 옥수수 알곡을 먹어야 한다, ‘1++ 등급의 소고기는 근육에 약 17퍼센트의 지방을 갖고 있다. 근육에까지 지방이 있다는 것은 소가 고통스럽게 성장했다는 뜻이다. 근육 내 지방은 간 기능이 손상되고 대사 기능이 마비되면서 비로소 쌓이기 때문이다. 소 한 마리는 하루 10킬로그램의 옥수수를 먹는다. 1년에 약 4(물론 수입한 옥수수다). 풀을 먹어야 하는 소가 곡물을 먹는 탓에 대부분의 소는 위장병을 앓는다. 곡물로 인해 소의 위는 인간의 위와 비슷한 산성이 되었고,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의 원인균인 O-157 대장균이 증가했다."(p.162)

 

도축되기 전까지 돼지는 햇빛과 땅을 밟지 못한다고 한다. 사방이 막힌 작은 공간에서 6개월을 살고, 분말사료만 먹고, 자신들이 배설한 똥오줌에서 나오는 암모니아가스와 분뇨 먼지 속에서 살아서 반 이상이 폐질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소의 경우는 지방에 근육을 늘리기 위해 옥수수를 먹이므로 위장병과 간 기능의 손상, O-157 대장균이 증가했다. 소와 돼지뿐일까? 옛날 옛적부터 집안에서 기르던 닭과, 오리, 염소 기타 등등 고기로 먹을 수 있는 가축들을 공장식 축산으로 탈바꿈하여 대량생산되어 인간에게 값싸게 제공했다. 자연의 순환을 무시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면서까지. 인간의 탐욕으로 이것만 망가진 것이 아니다.

장소를 한국으로 좁혀보자. 2011년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 된 소, 돼지, 양 등의 마리수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공무원, 군인 중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적도 있었고, 매립지 문제도 불거졌다. 살처분 된 가축을 묻은 곳에서 침출수가 토지로 흘러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킨 것은 다반사였다. 2019년 가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 15만 마리, 야생맷돼지 2만 마리 이상 죽음을 당해야 했다. 또한 168페이지에서 언급한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인간과 동물에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의 의한 전염병)의 출현이다. 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메르스와 사스, 신종플루, 에이즈를 말하는 것인데 동물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동물로 서로 간에 전염이 된다. 인간의 탐욕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죄악을 끼치게 되었다. 지구의 기후변화도 영향을 주었다. 초장기 장마, 예측 불가능한 가뭄, 냉해, 폭우, 태풍은 수시로 발생한다.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수송업보다 많다고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경제적 이익은 인간의 탐욕은 점점 더 키웠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는 드디어 동물의 생명은 물론이고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

 

"유기축산은 동물에게 유기농(=건강한) 사료를 먹이고, 성장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으며, 항생제 같은 약이 필요 없는 쾌적한 환경에서 키우는 것을 말한다. 건강한 가축의 분뇨는 먹이를 기르기 위한 퇴비로 되돌아간다. 순환이 이루어지는 사육 방식이다."(p.9)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다시 말해, 유기축산, 자연양돈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돼지를 키우는 채식주의자>에서 지은이와 더불어 거론된 사람들이다. '샌님' 또는 '시티보이'라고 부르는 자기 자신을 비롯해서 돼지를 분양해준 선생님, 람보 Y, 철인 W, 툴툴이 형 C, 고라니 S, 후계자 J, 제빵사 D, 후계자 H, 캡틴 H, 연륜 1, 동네 이모들, 이장 L, 뒷집 할머니 등 지은이가 평촌으로 내려와 정착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유기농, 유기축산, 자연양돈 일을 하는 사람들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삶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인데,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생태계 질서를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가 동물과의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다시 말할 수 있다.

 

지은이는 1년 가까이 이곳으로 내려와 자연 순환이 이루어지는 사육방식으로 돼지를 사육했다. 1년 가까운 시간동안 돼지를 기르면서 자연에 순응하면서 가축을 기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며, 소는 소답게, 돼지는 돼지답게, 닭은 닭답게, 염소는 염소답게 생명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돼지와 함께했다. ‘백일돼지를 분양받아오던 날, 편안히 살아야 할 집을 만들어야 했고, 마음껏 자유를 느끼며 뛰어놀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줘야 했고, 질소가 섞인 사료를 먹이지 않게 하기 위해 풀, 토마토, 감자, 사과, 요구르트 등 자연에서 얻은 것들로 사료를 만들어 먹게 했다. 돼지는 더위에 약하므로 그늘 막을 쳐주고, 더위를 식혀주기 위해서 울타리 한 모퉁이를 선택해 땅을 파고 물을 채운 뒤, 수영장(워터파크)을 만들어 준 기억들 모두 인간과 동물의 거리적 사이를 가깝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본다. 정성스럽게 키운 돼지를 도축해 먹음에 있어서도 생명의 무게가 뭔지도 조금 알게 되었다. 동물의 생명을 취함에 있어서도 분명히 경중이 있다는 사실도. 가축들을 경제적 이익에 맞춰 사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 사육을 선택해야만 지속가능하다는 진리도 함께.

 

"돼지가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하다."(p.181)

"마당에서 돼지 기르기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터를 마련하는 일부터 먹이를 구하는 일, 잡는 일도 혼자 할 수 없었다. 모두 친구들이 함께한 덕분에 가능했다. 이웃이 필요했다. ‘평촌은 평형했던 지대를 일컫는 우리 동네의 옛 지명이다. 평평한 공동체가 있었기에 이 여정이 가능했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평평한 마을에서 평등한 관계평화로운 생태계를 꿈꾸어 볼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pp.186~187)

 

지은이의 말대로 이웃, 함께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없었다면 세 마리의 돼지를 유기적으로 사육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안축산연구회는 공장식 축산, 현대적 축산업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다. 효율성과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적 순환에 따라 생태계의 질서에 발맞춰 사육하려는 사람들, 지은이가 정착한 평촌. 서서히,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아름답고 행복한 반란이 일어나려는 조짐이 보이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평등한 관계평화로운 생태계를 꿈꾸며 살아가기를 자처하는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지구에서 동물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별명을 구지 붙이자면 지구를 지키려는 용사들이라고.

 

2021. 6. 13.

어둠이 서서히 다가오는 시점에.

 

붙이는 말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는 잘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무게감이 더해가는 책이다. 한번 읽고 책장에 모셔둘 책이 아니다. 천천히 읽어가면서 현대축산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축산업이 수송업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더 많다고 한다. 지구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하는데 지구를 살리기 위한 대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해결책도 담고 있다. 가독성이 높은 책이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담론은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꼭 한 번 정독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