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다
가족입니다
먼저 글을 쓰기 전에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이냐고?
나는 가족은 ‘작은 행복’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은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디 그게 가족이라고 하겠는가? 또 하나의 생각은 가족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이 가족에게 묻어있다고 본다. 기뻐할 일이 있고 화날 일이 있고 슬플 일이 있고 즐거운 일이 그 안에는 늘 존재한다. 희노애락이 없다면 그것은 가족이라고 할 수 없다. 웃고, 울고, 화나고, 즐거울 것이 없다면 가족이라고 볼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시 중 조남명 시인의 「가족」이라는 것이 있다. 이 곳에 한 번 인용해 본다.
"부부둥지 만들어/사랑의 흔적으로/태워준 자식//천륜으로 맺어진/뗄 수 없는 불변/ 보듬고 사는 맨 가까운 붙이//믿음, 사랑으로/마음 넓히고 덕 기르는/부모, 부모의 부모/자식, 자식의 자식//모자람 여유 속/사랑으로 숨쉬는/눈빛, 표정으로 사는/보금자리가 있어 내가 살고 산다"
조남명 시인은 가족을 ‘천륜으로 맺어진’ 관계라고 한다. 그리고 ‘뗄 수 없는 불변’이라는 시구가 있다. 말 그대로 가족은 불변의 진리라고. 믿음과 믿음으로 이어지고 사랑과 사랑으로 맺어지고 눈빛과 표정을 살피면 가족이라고 느끼게 된다. 여기에 내가 한 마디 덧붙인다면 씨줄과 날줄과 엮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족입니다>의 소설에서 가족은 어떻게 말을 하고 있을까 잠시 살펴보자. 여기에는 4편의 단편소설들이 있다. 김혜원 작가의 「빗방울」, 김혜연 작가의 「기온 거리의 찻집」, 김혜진 작가의 「크로아티아 괴담 투어」, 임어진 작가의 「비바 라 비다」다.
이 소설의 배경은 다르다. 제주도, 일본 교토, 코로아티아, 스페인이다. 첫 번째 소설의 등장인물은 정연숙 여사, 그의 딸 명주, 명주의 아들 우진이, 사위인 현병철, 그리고 그의 딸 현정아가 등장한다. 명주와 현병철은 부부이다. 그러나 한 번 결혼을 하고 두 번째 부부로 맺어진 사이다. 명주는 이혼을 하고 현병철의 아내는 현정아가 어릴 적 죽었다. 우진이와 현정아는 가족이긴 한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른 형제들인 것이다. 할머니 정연숙 여사에게도 제주도에서 식당을 하는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재민)을 만나보려고 가족 4명의 사람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이들은 가족의 대한 의미를 느끼게 된다. 소설에서 어떻게 표현하는지 문장으로 살펴보자.
"“같이 살면 닮는 건가 봐. 아까 식당 사장 아저씨는 할머니하고 하나도 안 닮았잖아.”
현정아가 여전히 휴대폰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나는 외부에서 우리 몸으로 들어온 유전자가 우리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글을 본 게 떠올랐다. 그러니까 유전자라는 것도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면 엄마가 40년 넘게 함께 산 할머니를 닮는 건 가능한 일인 거다.
“맞네”
“뭐가”
현정아가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네 말이 맞다고. 우린 닮을 수밖에 없다고.”"(pp.46~47)
우진이와 현정아는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오래 한 집에 살면 서로 닮듯이 서로 살을 비비고 살면 그게 식구라고 말한다.
두 번째의 소설에서는 엄마와 아빠, 다영이와 다정이가 나온다. 카페에서 일한 다영이는 어느 날 그곳에서 어느 한 손님에게 갑질을 당했다. 그것이 동영상으로 촬영이 되어 인터넷 온라인에 오르게 된다. 그 사실을 안 엄마는 다영이에게 카페를 그만두라고 하지만 그만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학까지 가지 않겠다고 엄마와 신경전을 벌인다. 이 싸움으로 인해 다정이네 가족은 삭막한 분위기로 바뀐다. 이 분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다정이는 역사의 도시라 불리우는 일본 교토로 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다정이는 기온 거리의 찻집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다. 그러나 돌아오는 날에 지진이 난다. 뉴스 속보를 접한 다영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 몇 시간 만에 연락이 단 다영이는 울고불고 한다. 혹시라도 지진으로 인해 가족을 잃었을까봐 걱정을 했던 것이다. 다정이네 가족은 지진으로 인해 지하철과 공항에서 시간을 지체해야 했지만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이들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일까?
"하지만 공항에 들어왔다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부터 꼬박 여섯 시간 뒤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가 뭘 했냐면, 얘기를 정말 많이 나누었다. 천재지변의 현장을 목격하니 새삼스레 서로가 애틋해진 데다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p.104)
가족은 얘기를 많이 나누어야 하는 사이며, 각자가 애틋해야 한다고 표현을 하고 있다. 바로 이런 것이 진짜 가족이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세 번째(크로아티아)와 네 번째(스페인) 소설 내용은 생략을 하겠다. <가족입니다>에 나온 4편의 이야기는 여행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살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앞 장을 살펴보면 한국항공 창사 30주년 기념 가족사랑여행기라는 공모가 있다. 그전부터 공모전을 해온 것 같은데 이 책에 실린 4편의 소설들은 그전 수상작품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여행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여행으로 좋은 추억이 쌓였으면 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책 같다. 갈등과 미움, 오해는 가족 구성원을 해치는 요소다. 가족은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면 깨어지기 마련이다. 피로 이루어진 가족이든 오랜 정으로 맺어진 가족이든 가족 구성원은 영원한 동반자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 글을 마치면서 지금 나는 행복한 가족을 이루고 있는지 생각을 해본다.
2021. 6. 3.
늦은 저녁에
붙이는 말
2020년 12월에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소설도 가족의 의미를 생각게 하는 작품이었다. 명랑하고 밝은 색채를 띤 소설이다. 한번 일독해 보시기를.